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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에선 최후의 플레이메이커이자 스페인이 낳은 천재 미드필더 후안 카를로스 발레론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맨체스터 시티의 에이스 다비드 실바의 우상으로 실바가 21번을 고집하는 이유기도 하다.

발레론의 선수 시절 번호가 21번이었기 때문.

두 선수 모두 아르기네긴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고 실바는 어릴 적 발레론의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 유로 2000 노르웨이 전 나란히 서있는 과르디올라(4번)과 발레론(11번)

맨체스터 시티의 감독 펩 과르디올라도 "발레론는 정말로 대단한 선수다.

그와 함께 뛴 것은 행운이었다. 나와 발레론은 그라운드에서 서로의 움직임을 매우 잘 이해했다."라고 말했다.

과르디올라와 발레론은 98 월드컵 이후부터 유로 2000까지 스페인의 중원을 함께 책임졌다.

다른 사람도 아닌 전술적 완벽주의자 과르디올라가 이런 멘트를 남겼다는 것은 단순히 립 서비스라 보기 힘들다.

발레론은 마드리드나 바르샤 유스 출신도 아닌, 라스 팔마스라는 아주 작은 구단에서 축구를 시작했기 때문.

발레론이 선천적으로 패스 & 무브에 있어 남다른 재능을 갖추었던 선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본문은 <EPSN>의 마이클 콕스의 칼럼 "The understated greatness of Juan Carlos Valeron" 비롯해

주요 스페인 언론을 참고했다.

최후의 플레이메이커

15/16 시즌 누 캄프로 원정을 떠난 라스 팔마스.

경기 후반 교체 투입을 준비하는 한 선수의 모습에 현지 중계진 뿐만 아니라 한준희 해설위원도 들썩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가 필드 위로 모습을 드러내자 라스 팔마스 팬들 뿐만 아니라

누 캄프에 모인 바르셀로나 팬들도 그를 향해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사실 이는 처음이 아니었다.

그는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도, 산 마메스에서도 상대 구단의 팬들에게 기립 박수를 받았던 적이 있었다.

스페인의 뚜렷한 지역색을 대표하는 세 지역(카스티야, 카탈루냐, 바스크)의 팬들에게 모두 박수를 받을 수 있었던 사나이.

바로 후안 카를로스 발레론이다.

발레론은 스페인의 메이저 대회 3연패의 일원도 아니었고,

스페인의 두 거인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에서 선수 생활을 보낸 적도 없다.

그럼에도 그는 스페인 전역에서 사랑을 받았고, 스페인 선수들에게 가장 존경을 받는 선수 중 하나로 남아있다.

흔히 우리가 선수를 평가할 때 트로피, 개인 수상을 기준으로 삼지만

발레론은 꼭 트로피와 개인 수상이 선수 평가에 있어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반인들은 느낄 수 없는, 필드 위에서 함께 뛰어본 선수들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함을 우리는 간과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플레이메이커 시대에 스페인이 내놓은 대답

2010년대가 메날두의 시대라면, 2000년대는 플레이메이커의 시대였다.

축구 강국들은 저마다 걸출한 플레이메이커들을 배출해냈고 스페인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프란체스코 토티가 AS 로마의 스쿠데토를 이끌었던 2001년

그리고 호나우두가 월드컵을 통해 황제의 귀환을 알렸던 2002년 사이의 1년,

즉 01/02 시즌 가장 돋보였던 선수는 후안 카를로스 발레론이었다.

지네딘 지단은 당시 라 리가에서 명성에 걸맞은 활약을 보이지 못했고

두 선수가 맞붙은 2002 코파 델 레이 결승에서도 지단의 존재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경기의 지배자는 발레론이었고 그는 역사상 가장 치졸했던

코파 델 레이 결승이자 레알 마드리드의 100주년 생일 파티에 제대로 찬물을 끼얹었다.

그것도 마드리드의 홈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말이다.

발레론의 유일한 경쟁자는 티에리 앙리였다.

앙리는 당시 아스날의 2관왕을 이끌었을 정도로 잉글랜드에선 독보적이었다.

그런 앙리에게도 부족한 것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챔피언스 리그였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는 챔피언스 리그에서 맞붙게 된다.

놀랍게도 하이버리는 앙리가 아닌 발레론의 독무대였다.

그는 선제골을 직접 득점하며 하이버리에 모인 구너들을 침묵시켰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번째 골에도 관여했다.

앙리를 향한 스포트라이트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날밤 그는 '킹 앙리'라는 칭호가 무색할 만큼 작아졌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아스날은 하이버리에서 리그+컵 무패를 달리고 있었다.

너무나 이타적인 선수

후안 카를로스 발레론의 인지도가 떨어지는 것은 여느 다른 플레이메이커들과 달리

직접 경기를 뒤집었던 적이 적었기 때문이다.

지단, 리켈메, 아이마르는 프리킥, 통쾌한 중거리 포로 직접 해결하는 모습을 종종 보였던 반면

발레론은 철저한 2인자였다.

실제로 발레론은 한 시즌 리그에서 4골 이상 득점한 적이 1번 밖에 없다.

다른 플레이메이커들과 비교했을 때 득점이 상당히 적은 편이다.

▲ 스페인 언론의 극찬을 받았던 02/03 시즌 챔피언스 리그 바이에른 뮌헨 전

그럼에도 발레론이 당대 최고 중 하나로 평가받았던 이유는 결승골을 자신이 득점하는 대신 어시스트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명승부에서 데포르티보의 결승골과 역전골은 발레론의 발에서 비롯되었다.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도 번번히 쓴맛을 보며 스페인 클럽의 무덤이라 불렸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데포르티보가 바이에른 뮌헨을 꺾었을 때도,

리아소르의 기적을 만들어냈을 때도 언론은 득점자가 아닌 발레론의 플레이메이킹과 어시스트를 극찬했을 뿐이었다.

발레론의 도움으로 디에고 트리스탄은 01/02 시즌에 리그 득점왕을,

로이 마카이는 02/03 시즌에 리그 득점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잃어버린 2년

2006 독일 월드컵 16강 스페인:프랑스 전. 스페인은 프랑스에게 변명의 여지가 없는 1:3 패배를 당했다.

스페인의 미드필더에는 리더가 없었다.

루벤 바라하, 다비드 알벨다에서 사비 에르난데스, 세스크 파브레가스, 사비 알론소로 세대 교체를 단행한

스페인 중원은 파트릭 비에이라, 클로드 마켈렐레 그리고 지네딘 지단

베테랑 삼총사의 노련한 경기 운영 앞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얼어붙었다는 표현이 적절했다. 중심이 되어줘야했던 라울은 언제나 그랬듯 메이저 대회에서 무기력했다.

스페인은 무너진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위한 숙련된 야전 사령관이 필요했다.

아마도 후반전 루이스 아라고네스는 벤치에서 애타게 발레론을 찾았을 것이다.

지난 8년 동안 발레론은 벤치에서 가장 준비된 선수이자 믿을 수 있는 교체 카드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발레론은 벤치가 아닌 병원에서 독일 월드컵을 지켜보고 있었다.

2006년 1월, 발레론은 만 30세에 전방 십자 인대 파열이라는,

축구 선수에겐 사형 선고나 다름 없는 큰 부상을 당했다.

더군다나 재활 기간 중 부상이 재발해 무려 2년 동안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1번도 힘들다는 재활을 2번이나 해야했기에 발레론은 이 2년을 가장 힘들었던 때라 회상했다.

정말이지 은퇴를 몇 번이나 생각했다고.

30대 중반에 찾아온 제 2의 전성기

10/11 시즌을 끝으로 은퇴할 계획이었던 발레론.

그러나 소속팀의 강등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은퇴를 미룬다.

그리곤 제 2의 전성기를 구가하기 시작했는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격언을 그라운드 위에서 몸소 실천했다.

11/12 시즌 노익장을 과시하며 세군다 리가를 평정했고 데포르티보를 1년 만에 프리메라 리가에 올려놓았다.

시즌이 끝난 후 세군다 리가 최우수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정되었는데 당시 발레론은 나이는 만 36세.

▲ 부상 회복 후 첫 골을 터뜨린 레알 마드리드 전. 카시야스도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 12/13 시즌 갈리시아 더비 셀타 비고 전, 만 37세 최고령 라 리가 선수의 클래스

플레이메이커의 시대가 막을 내린 지 10년이 지나고 메날두의 시대에 살고 있는 최근까지,

발레론은 순간적인 볼 트래핑과 패스 하나로 관중석과 스페인 현지 코멘터리의 감탄을 자아낼 수 있었던

몇 안되는 선수였다.

12/13 시즌엔 강등팀 데포르티보에서 무려 9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기도 했을 정도.

더군다나 그는 세트피스 전담 키커도 아니었다.

2013년 여름 고향팀 라스 팔마스로 이적해 팀의 승격을 돕고 잔류를 지켜본 뒤 발레론은

15/16 시즌을 끝으로 만 40세의 나이에 선수 커리어에 마침표를 찍었다.

웬만해선 만석을 보기 힘든 라스 팔마스의 홈 구장이 만석을 이루는 진풍경을 연출되었다.

구단 운영진, 코칭 스패트, 동료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의 은퇴를 함께 했다.

발레론의 마지막이자 2000년대를 풍미했던 플레이메이커 시대가 완전히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발레론에 대한 말말말

- 후안 카를로스 발레론은 경기장에서 매우 젠틀했다.

그는 19년 동안 국가대표+클럽 통산 641경기를 소화하면서

단 1번도 퇴장을 당한 적이 없으며 경고도 32번 밖에 받지 않았다.

- 실제로도 매우 겸손하고 소박한 인품의 소유자다.

사비를 들여 아프리카 가나에 축구 교실을 차렸고 비밀스럽게 고액의 기부도 마다하지 않는 등

일부 동료들은 그를 가리켜 신부님이라고 부른다.

- 아리고 사키 (前 AC 밀란 &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감독) -

"발레론의 플레이는 지단과 도나도니가 보여주는 것과 흡사하다."

- 블라디미르 유고비치 (90년대 동유럽의 스타 플레이어) " -

발레론에게는 지단이 유벤투스에서 보여주는 플레이를 선보일 능력이 있기에 감독들은 발레론에게 많은 요구를 해야한다.

만약 발레론이 앞으로도 훌륭한 플레이를 계속 보여줄 수 있다면 위대한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은 아리고 사키도 동의하고 있다.

- 젠나로 가투소 (現 AC 밀란 감독) -

"단 1번 대인 마크를 지시받은 적이 있었다. 그게 바로 발레론이다."

- 로이 마카이 (前 바이에른 뮌헨 & 네덜란드 대표팀 공격수) -

"발레론은 내가 함께 뛴 선수 중 최고의 선수다."

- 지미 플로이드 하셀바잉크 (前 첼시 & 네덜란드 대표팀 공격수) -

"나의 동료들 중 가장 뛰어났던 선수는 데니스 베르캄프도, 지안프랑코 졸라도, 후안 세바스티안 베론도 아니다.

바로 후안 카를로스 발레론이다."

- 케빈 프린스 보아텡 (前 AC 밀란 & 라스 팔마스 공격수) -

"내가 라스 팔마스 공항에 도착했을 때 발레론이 마중을 나온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위대한 선수이기 때문이다. 구단이 나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성의였고 나는 이에 감동했다."

- 호아킨 카파로스 (세르히오 라모스, 다니 알베스를 발굴한 現 세비야 감독) -

"내가 지도한 선수들 중 가장 천재적이었던 선수를 꼽자면 발레론과 레예스다."

- 비센테 델 보스케 -

"발레론은 스페인 대표팀에 완벽히 들어맞는 퀄리티를 지닌 선수다."

- 펩 과르디올라 -

"발레론은 정말 뛰어난 선수다. 그와 함께 뛴 것은 정말 큰 행운이었다. 필드 위에서 우리는 서로를 매우 잘 이해했다."

-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

"축구 팬이라면 발레론의 플레이를 좋아할 수 밖에 없다.

그는 소위 말하는 입장권을 사서 직접 보러갈 만한 가치를 지닌 클래스의 선수다.

어느덧 나이가 들었음에도 그의 클래스는 영원하다."

- 사비 알론소 -

"같이 뛰어본 선수 중 최고를 꼽자면 발레론이다. 공을 가지고 있을 때 그는 환상적이다.

그와 함께 뛰는 것은 정말 큰 즐거움이다."

- 다비드 실바 -

"나는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매주 발레론의 경기를 보러 갔다.

축구 선수의 길을 걸으면서 그는 언제나 나의 롤 모델이었다.

어릴 적에도, 지금도 그리고 미래에도 내가 항상 존경할 선수다.

어릴 적 나는 발레론이 새겨진 축구 카드를 모았다.

축구 선수로서 그와 함께 필드 위에 설 수 있었다는 것이 매우 자랑스러웠다."

▲ 발레론의 마지막이었던 15/16 시즌 한 번 더 유니폼을 받은 라모스

- 세르히오 라모스 -

"나는 03/04 시즌 데포르티보 전을 통해 라 리가에 데뷔했는데

내가 처음으로 유니폼 교환을 요청했던 선수가 바로 발레론이었다.

포지션은 다르지만 그는 나의 아이돌 중 하나였다."




원문출처 : https://ggoorr.net/thisthat/9036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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